다양한 천부적 재능과 상이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자들이 비교적 유동적인 사회체제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상황을 생각해 보 자. 그들은 자신의 천부적 자질과 사회적 여건에 의해 제약을 받는 이외에는 자유로이 자신의 인생계획을 추구한다고 해보자. 그 들은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사회적 여건을 마음껏 활용함에 있어 어떤 법적인, 제도적인 제약도 받지 않는다. 물론 이 사회에는 경제적 자유도 보장되어 있다.
이는 A. 스미스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 완벽한 자유'의 상황이며, 기회에 대한 일 종의 ' 자유로운 시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의 특징은 첫째, 효율성의 원리가 사회적으로 충족될 경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도모된다는 점, 그리고 둘째, 지위와 직무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다는 의미에서 형식적 기회의 균등이 보장된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상태가 효율성을 충족시킬 경우 그 기본 구조나 주요 제도는 다 음과 같은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즉 권리와 의무는 어떤 사람의 기대치가 향상됨으로써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대 저하를 동 반하는 지점에서 규정된다. 소득과 부는 어떤 사람의 풍요화가 타인의 빈곤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될 지점에서 분배된다. 이 러한 사회는 효율적 분배가 달성된 이른바 파레토 최적 ( Pareto optimal ) 원리를 충족시키고 있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훌륭한 재능과 사회적 지위를 타고난 사람이나 그러한 바탕 위에 열심히 노력을 경주하는 자가 출세하는 사회이며, 재능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 출세의 길이 열려 있는 사회이 다. 지위와 직무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개방되어 있을 경우 어떤 사회가 효율적으로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한에서 그 사회는 정의롭고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사람들이란 원래 평등할 수가 없으며 따라서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과 역시 모든 이에 게 평등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런 체제를 옹호하고자 한다. 인생이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경주라 할 때 기회를 제약하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 한 그 경주는 공정한 것이며, 가장 빠른 자가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 된다. 이상에서 말한 것이 바로 ' 능력 있는 자라면 출세할 수 있다'는 19 세기 이념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점이 지적될 수 있는데, 하나는 이 입장이 기회를 이용하는 데 있어 별다른 제약이 없는 한 합당한 기회의 균등이 달성된다고 보는 점이고 따른 하나는 기회의 자유로운 시장에서 결과된 배분 방식을 교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당한 최종적 배분 형태는 ' 형식적인' 기회균등의 조건 아래 개인들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사회적 여건을 이용해서 도달한 바로 그 결과인 것이다. 정의론자인 J. 롤즈는 이러한 입장을 자연적 자유체제 ( natural liberty ) 라 불렀 는데 이를 달리 표현하면 스미스적 자유체제라고도 할 수 있고, 현대 사회철학자 R. 노직의 소유권적 체제도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적 배분이 과연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 고 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사회의 기본 구조에 있어 파레토 최적이라는 의미에서 효율적인 재화의 분배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가운데는 소수에 의한 과점이나 심지어 한 사람에 의한 독점이 허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효율의 원리 속에 내재하는 이러한 난점들을 통찰한 나머지 효율의 원리는 다른 적절한 분배의 원리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후생경제학자들은 효율의 원리를 보완해 줄 보상의 원리를 제창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보상의 옳고 그름을 결 정해 줄 기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보상의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자의적인 것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 문에 가능한 여러 가지 효율적인 분배 방식들 가운데 정당한 배 분을 결정해 줄 합리적 정의원리의 도입이 불가결하게 되는 것이 다. 특히 롤즈는 효율의 원리가 특정인의 독점을 포함하는 분배 양 식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 그러한 원리의 충족은 만인의 권익을 보장할 수 없으며, 이같이 효율적 분배가 공정분배를 의 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적 자유체제의 부조리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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