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즈의 순수 절차적 정의관(3)

게임의 결과가 정당한 것이기 위해서는 게임이 진행되는 절차가 공정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규칙 또한 공정한 절차에 의해 정해진 공정한 규칙이어야 하듯이 순수 절차적 정의라는 개 넘이 롤즈의 정의론에 나타나는 것도 두 부분에 있어서이다. 롤즈 자신도 거듭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의의 두 원칙을 도출하기 위해서 구성된 공정한 절차들의 집합개념으로서 원초적 입장 ( original position ) 은 순수 절차적 정의의 한 경우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론적 모형은 칸트적 구성주의 ( Kantian con structivism )라 불릴 수 있는 것으로서 롤즈에 따르면 정의의 원칙은 발견의 대상도 창조의 산물도 아닌 절차를 통한 구성의 산 물이라는 것이다. 38 ) 원초적 입장에 있어서 의사 결정은 그 결과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정의롭고 올바른 공정한 절차를 설정하려 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정의의 원칙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올바른 결과에 대한 독립적 기준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 고 있으며 원초적 입장에 있어서의 선택의 과정이나 절차가 합당한 결과를 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순수 절차적 정의라는 관념이 롤즈의 정의론에 개입되는 또 하 나의 경우는 분배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그의 이론에 있어서이 다. 롤즈의 분배적 정의의 원리는 사회제도 혹은 규칙이나 관행의 체계에 대한 원리로써 특정인들 간에 어떤 처우가 요구되는가 혹은 그들 간의 분배는 어떤 경우에 정의로운 것인가라는 문제들 에 관해서, 순수 절차적 정의라는 개념에 의거해서 대답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특정인들 간의 정의로운 분배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은 없으며 법이나 제도의 기본 구조가 정의의 원리에 의해 규제되는 정의로운 것일 경우 그 운용으로부터 결과되는 것은 그 내용에 상관없이 모두 정의롭다는 것이다.

 

개인들 간의 분배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롤즈는 분배적 정의에 대한 정형 적 이론이나 최종결과적 정의론과는 다른 새로운 활로의 타개를 시도한 셈이다. 결국 롤즈에 있어서 사회정의는 성격상 순수 절차적인 것이며 그의 정의의 두 원칙도 특정한 정형을 명시한다기보다 절차적 규 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분배 방식을 평가할 정의의 독립적인 기준이란 없으며 그러한 분배가 정의의 원리가 규정하는 공정 한 절차를 통해 생겨난 것일 경우 그것은 정의롭거나 적어도 부 정의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롤즈는 그의 저서 「 정의론 」의 제2 부 인 「 제도론 」 ( institutions )에서 배경적 정의 ( background jus tice )를 실현하게 될 제도체계를 상론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경쟁적인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독점적인 세력 형성을 방지하는 제도장치와 실업을 해소하고 고 용을 증대하는 제도 및 기본적인 사회복지의 하한선을 유지하고, 사회적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양도 및 재분배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일단 정의의 원리에 의거한 이러한 제도들이 제대로 작 동하게 되면 그로부터 결과하는 개인 간의 분배 상태는 검토할 필 요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절차의 공정성이 결과에로 이행함으로 써 분배적 정의가 보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이해할 때 롤즈의 절차적 정의론과 노직의 과정적 정의론 간의 차이가 지나치게 과장되어서는 안 되며 그들 간의 불 일치는 정의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불일치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양자는 모두 절차적 정의론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 리고 모두가 일종의 소유권적 정의론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는데 단지 롤즈는 사회체제가 정당화될 수 있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조건에 대한 해명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이론 전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서 롤즈는 그러 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회체제에는 여러 가지 상이한 것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들은 노직이 말하는 소유권적 체제와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한다.